한땀 한땀 이어 붙인 우리의 색과 멋, 조각보로 시카고를 물들이다

시카고에 펼쳐지는 조각보의 세계 — 한정혜 작가를 만나다

멀쩡한 천을 일부러 잘라, 다시 한땀 한땀 이어 붙인다. 남편이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작가는 짧게 답한다. "예술이야." 웃음 섞인 이 한마디 안에, 수백 년을 건너온 우리 규방공예의 멋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카고에서 조각보의 아름다움을 알려 온 한정혜(작가명·여기) 작가를 만났다. 그는 '안녕, 조각보 규방공예 in Chicago' 대표이자 시카고 한인문화원 조각보 강사로, 쌈지사랑 규방공예 연구소 작가이며 예다미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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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웠어요, 우리의 색과 멋이"

한 작가가 바느질과 인연을 맺은 건 오래전이다.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해 퀼트를 오랫동안 해 왔다. 해외 생활을 하며 아름다운 퀼트 작품에도 마음이 갔지만, 정작 가슴에 남은 건 언젠가 보았던 한국의 조각보였다.
"그리웠나 봐요. 우리의 색과 멋이." 그때부터 한국에 갈 때마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주어진 시간 내내 죽어라 배웠다. 오래 하고 싶었던 일이라 그저 즐거웠다고 했다.
수많은 전통 공예 중 유독 조각보에 끌린 이유를 묻자 그는 핸드 소잉의 매력을 먼저 꼽았다. "재봉틀은 기계의 속도에 내가 따라가야 할 때가 많지만, 핸드 소잉은 한땀 한땀 오로지 제 속도를 제가 정하는 거니까요." 여기에 조각보 특유의 색이 더해진다. 때로는 과하지 않게, 때로는 더없이 화려하게. 경험할수록 무궁무진한 색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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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서 태어난 예술

조각보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한 작가는 이렇게 풀어 설명한다. 조각조각의 천을 한땀 한땀의 바느질로 이어,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것.
본래는 아주 오래전 규수들의 살림살이에서 태어난 공예 문화다. 한복을 짓고 남은 천을 모아 보자기를 만들고, 작은 주머니에 수를 놓아 멋을 더했다. 결혼할 때는 골무나 보자기 100개를 지어 시댁 식구들에게 선보였는데, "이 규수가 참 손이 야무지다"는 평을 받는 자리이기도 했다.
생활 속에서 피어난 이 예술은 오늘날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이어지고 있다. 한 작가는 조각보를 "과거의 루이비통이자 샤넬"이라 부른다. "옛날에는 가방도 없었고 한복에 주머니도 없었죠. 보자기가 가방이고, 두루주머니·복주머니가 주머니를 대신했어요." 전통 오방색을 바탕으로 여러 형태와 이야기를 담아내는 조각보는, 그래서 한국의 색과 멋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그릇이라는 것이다.

인생을 닮은 바느질

작은 천 조각을 잇는 일이 인생과 닮았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한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느질의 과정은 그 사람의 상태와 생각을 많이 반영해요. 좋아서도 하고, 힘들 때도, 마음이 복잡할 때도, 무료할 때도 바느질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 마음이 보인단다. '참, 오늘따라 못났다' 싶다가도, '오호, 오늘 그 님이 오셨나 보다' 하며 미소 짓는 식이다. 그렇게 한땀 한땀에 마음이 스민다.

서양 패치워크와 조각보의 차이를 묻자, 한 작가는 원데이 클래스에서 들었던 한마디를 떠올렸다. "선생님, 퀼트는 바느질을 숨기는데, 조각보 바느질은 밖으로 드러내네요!"
정확한 관찰이었다. 조각보에서 바느질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장식이다. 감침질 한땀 한땀이 곧 무늬가 된다. "바느질을 하는 동안 당신은 예술가입니다." 색과 공간의 조화를 중시하되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 예술이 그러하듯 조각보 역시 그 결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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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우리 문화를 펼치다

미국에서 조각보 전시를 여는 이유를 그는 이주 초기의 기억에서 찾았다. "시카고로 처음 이사 왔을 때, 다른 주에 비해 오랜 이민 역사를 가진 한인분들이 참 존경스러웠어요. 이분들에게 우리의 멋진 문화를 한 점이라도 더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 그게 가장 먼저 저를 움직였죠."
요즘 K-문화의 인기가 대단하지만, 한 작가가 전하고 싶은 건 그저 흥미 거리가 아니다. "깊은 멋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그 멋을 우리가 지금도 잘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을요."

이번 전시, 무엇을 볼 수 있나

한국 규방공예 작가 초대전(쌈지사랑규방공예연구소·예다미연구회)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공동 작업으로 완성한 대형 작품과 전통 열쇠패를 재현한 작품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규방공예 작품들이 전시되며, 한국 전통 공예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 작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특별한 작품들을 통해 전통 공예의 깊은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료 체험을 통해 우리 전통 바느질을 직접 경험할 수 있고, 다양한 굿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 작가는 슬쩍 귀띔했다. "케데헌 팔찌, 좋아하실까요? (웃음)"
특히 무료 체험 프로그램 '미니 다기보 만들기'가 눈길을 끈다. 다기보는 차 주전자나 찻잔을 감싸거나 덮어 두던 보자기다. 미니 다기보를 만들며 전통 바느질을 간단히 경험하는 시간으로, 우리 옛것에 한 발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실크 원단이 제공되고 완성품은 직접 소장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체험은 6월 20일(토) 오후 4~5시와 6월 26일(금) 오후 5~6시, 두 차례 열린다. 결과물이 멋지게 나오도록 준비도 단단히 마쳤다.
바느질 경험이 전혀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늘을 다뤄야 하는 만큼 어린아이는 어렵지만, 청소년부터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어렵지 않으니 겁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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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에 박수를 보내 주세요"
마지막으로 전시를 찾을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청했다.
"오셔서 멀리서, 또 가까이서 즐겨 주세요. 그리고 이 작가들이 쏟아부은 정성과 노력에 많은 찬사를 부탁드립니다. 비단, 모시, 명주 같은 우리 전통 천의 색감과 작품의 멋을 마음껏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땀 한땀, 그 느린 손길이 잇는 것은 단지 천 조각이 아니다. 바다 건너에서도 끊기지 않은 우리의 색과 멋, 그리고 이야기다.

전시 안내

한국 전통 조각보 특별전 (Korean Traditional Patchwork Exhibition) 작은 천 조각이 모여 하나의 예술이 되는 한국 전통 공예

  • 장소 Korean Cultural Centre of Chicago Art Gallery (9925 Capitol Dr., Wheeling, IL 60090)
  • 전시 기간 2026년 6월 19일 ~ 7월 1일
  • 오프닝 리셉션 6월 20일(토) 오후 3시 ~ 5시
  • 관람료 무료

무료 체험학습 — 미니 다기보 만들기

  • 6월 20일(토) 오후 4~5시 / 6월 26일(금) 오후 5~6시
  • 실크 원단 제공 · 완성품 직접 소장 · 참가비 무료 · 누구나 참여 가능

문의 586-212-0238 (QR코드 참조)

[L. Ki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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