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민 종교칼럼] 태양을 멈춘 여호수아 이적

미국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일광절약시간제'(DST: daylight-savings time)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1월에서 그 다음 해 3월까지 '일광정약시간해제기'로 바뀌면, 한 시간 앞으로 돌려놓은 시계를 다시 뒤로 되돌려 놓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만 합니다.

  10 29, KAL 편으로 우리가족이 약 8시간 반가량 밤새도록 날라 호놀룰루에 도착한 미국현지는 다시 29일 오전이었습니다. 게다가 고국에서 가을의상을 입은 채 현지에 도착한 하와이는 매우 더워 무척 곤혹스러웠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필리핀 등 각지로부터 입국한 모든 여행객들은 긴 시간 대기하며 입국수속 절차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아메리칸-에어라인 편으로 약 5시간 반가량 만에 LA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밤중이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시카고 오헤어 행 비행기에 올라 약 4시간가량 날라 10 30(주일) 아침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날이 바로 일광절약시간 해제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를 맞으러 나온 친구가 한 시간 늦게 서야 나타났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새롭습니다.

  시계를 앞뒤로 돌려놓는 다고 태양계의 운행이 바뀌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길고 짧아지는 계절 기에 따라 우리 인간의 생활시간표를 바꾸는 것뿐입니다. 하루 24시간, 4계절의 변화, 365일마다 매 해가 순환되는 것은 창조 이래 변하지 않는 창조주에 의한 천체운행 법칙입니다.

  그러나 오늘 여호수아 10장 이야기는 이와 같은 천체운행 법칙 면에서 볼 때 매우 기이한 사건입니다. 길갈은 요단을 건넌 이스라엘군의 전초기지였습니다. "애굽의 수치를 굴러가게 하였다."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5:9). 그런데 갑자기 기브온 사람들이 보낸 전령이 이스라엘군 지도자 여호수아에게 찾아와 급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먼저 우리는 앞서 9장을 통해 막강한 여리고와 아이 성이 이스라엘 군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 기브온 족들은 마치 자신들이 먼 곳으로부터 온 자들처럼 변장하고 이스라엘 본영을 찾아와 "우리는 당신들의 종이 되겠노라."고 청원하게 될 때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그들을 멸하지 않으며 이스라엘과 함께 거할 수 있는 평화조약을 약속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처럼 큰 성 기브온 마저 이스라엘과 화친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예루살렘 왕 아도니섹은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헤브론 왕 호함, 야르뭇 왕 비람, 라기스 왕 야비아, 에글론 왕 드빌 등 5개국 연합군을 형성하여 먼저 기브온을 침략하게 됩니다. 이에 당황한 기브온 사람들은 길갈 이스라엘 진을 급히 찾아 속한 구원을 요청한 것입니다. 여호수아는 지체하지 않고 출발할 때 하나님께서는 "너희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그들을 네 손에 붙였으니 그들은 한 사람도 너를 당할 자가 없으리라."( 9:7-8) 약속하십니다. 마침내 밤새도록 달려온 여호수아 군은 비탈길로 적들을 추격하며 그들과 싸울 때 하나님께서는 큰 우박덩이를 내려 적들을 치시매 이스라엘 군의 칼에 죽은 자들보다 우박으로 인하여 죽은 자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모리 족은 만만하지 않고 계속 이스라엘군과 심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 때 여호수아는 여호와께 이처럼 부르짖습니다.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 그리 할지어다 하매 태양이 머물고 달이 멈추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기까지 하였느니라... 여호와께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신 이 같은 날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나니 이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셨음이니라."( 10:12-14)  

  이와 같은 이적에 대해서 무신론자들은 물론 믿는 자들 중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물론 인간적인 면에서, 설명도, 이해도, 믿기도 어려운 기적이야기입니다. 여호수아의 승리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수사학적 표현기록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명한 한 구약해설 교수는 이처럼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말에 우주운행을 중단시키셨다는 이야기는 터무니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일부 주장에 분명일리가 있습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기적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친히 자신의 아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처럼 창조주께서 피조물의 모습으로 우리 인간을 구원하려 친히 찾아오신 사건이 바로 이적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구원계획이야 말로 우리 인간들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의 지혜와 능력으로 나타내신 기적입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처녀탄생이야 말로 기적입니다. 그리고 그 아들은 온 세상 우리 인간들의 죄를 대신지시고 하나님의 어린 양으로 희생제물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활하신 것이 바로 기적입니다. 이로서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을 구원하시기 위한 자신의 사랑을 놀랍게 확증해 주셨습니다( 5:8)."

  아브라함이 자신의 독자 위에 칼을 높이 들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급히 "네 손을 멈추라." 외치셨습니다. 그러나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외치시는 자신의 독자의 고통스런 부르짖음을 아버지 하나님은 외면하시고 깊은 암흑으로 천지를 덮으신 이적을 나타내셨습니다. 마침내 "다 이루었다." 선언하심으로 우리들의 모든 죄 값을 지불하시고 단번의 구속을 이루신 기적보다 더 큰 기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 같은 구원을 다만 우리는 '은혜'(grace)라 부르는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기적 중의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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